'숨 대신 함성으로 걱정 대신 열정으로, 포기 대신 죽기 살기로 우리가 바로 용감한 녀석들.'이 글을 그냥 무미건조하게 읽는다면 당신은 정말 세상을 재미없게 사는 사람일지 모른다. 이 글은 특정한 제스처를 연상하며 리듬에 맞춰 따라 해야 제맛이다.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를 즐겨보는 사람들에겐 애국가만큼 유명한 '용감한 녀석들'의 노래 <기다려 그리고 준비해>의 가사다. 혹시 개그맨들의 노래라고 우습게 본다면 오산이다.
각종 음원차트에서 1위를 놓치지 않으며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 음원차트 휩쓸며 신드롬 만들어
4명의 개그맨으로 구성된 '감한 녀석들' 본래 개그맨이지만 가수라고 불러도 무리는 아니다. 그래서 그들 같은 개그맨을 '가수'고 부른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개가수'가 '개그맨+가수' 합성어임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개가수' 전성시대다. 유명 아이돌 그룹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리는 한편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박성광, 정태호, 신보라, 양선일의 '용감한 녀석들'을 비롯해 유세윤의 '유브이(UV)'나 정형돈과 가수 데프콘이 만난 '형돈이와 대준이', 김재우, 김경욱, 김태환의 '나몰라 패밀리', 안영미-강유미 콤비의 '미미밴드'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개그맨들이 가수 활동을 하고 있다.
물론 개그맨들이 개그 활동 이외에 활동 영역을 넓혀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제는 너무 보편적인 현상이 된 '탈개맨(탤런트 활동을 하는 개그맨)'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음악 분야에서도 1980~9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던 심형래나 최양락의 캐럴 음반은 물론 최근 '무한도전'이 해마다 실시하고 있는 가요제 시리즈는 각종 음원차트를 휩쓸면서 일종의 신드롬을 만들기까지 했다.
요즘 '개가수'의 인기는 높은 인지도와 재미있는 가사나 퍼포먼스가 큰 역할을 하지만, 음악성 측면에서도 이들의 선배 개그맨들과는 조금 다른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 가창력이 뛰어난 개가수들의 경우에는 이전보다 한층 정교해진 사운드기술이 더해져 기존 가수 못지않은 음악성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전문 음악인들의 주 무대였던 라이브 페스티벌에도 초청되어 감춰뒀던 음악성을 발휘하기도 한다. 본업이 개그맨이지만 가수를 선택했어도 잘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 다양한 변종문화의 탄생
물론 여론이 개가수들에게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당장 기존 가수들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었다. 1년여의 준비 끝에 앨범을 발표한 가수들이 개가수들에게 밀려 변변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사라진다. 댄스까지 준비해야 하는 아이돌 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예능감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이들은 개가수들에게 밀려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예전과는 다른 주목을 받기 일쑤다.
'음악의 가벼움'도 많이 지적된다. 가사의 가벼움은 물론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작비로 음반이나 뮤직비디오를 발표하는 탓에 가수들은 음악시장이 '저비용 고효율'만 추구할까 걱정한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음악시장이 당장의 인기를 위해 가벼움만 추구하다가 영원한 침체의 길을 걷지 않을까 우려한다. 개그계 역시 다른 영역으로 시선이 분산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득이 될 것이 없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개가수들의 활동이나 인기는 당분간 줄어들 것 같지 않다. 21세기가 시작되었을 때 많은 학자들은 앞으로는 퓨전을 넘어 '잡종의 시대'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문화장르를 섞어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시대를 넘어 다양한 욕구와 사회 상황이 장르와 혼재되어 시시각각 예측할 수 없는 변종문화를 만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변종문화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즐기는 현상이 개가수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개가수'란 민망한 단어가 담고 있는 의미가 의외로 적지 않다. 그런데 또 그 의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분석하는 건 '쿨하지' 못하다. 이 시대는 분명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역설의 시대인 것 같다. 그래도 우리 모두 '걱정 대신 열정으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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