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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학번 검사와 96년생 피의자의 '아름다운 만남'
구미여성종합상담소
2011. 3. 15. 16:10
96학번 검사와 96년생 피의자의 '아름다운 만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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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게 자라주던 아들이 지난해부터 공부에 흥미를 잃고 친구들과 어울려 오토바이를 훔치는 등 방황을 해서 엄마인 저도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터라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훌륭한 검사님을 만나 아들이 마음을 잡고 학교도 잘 다니고 있어서 검찰총장님께 소식을 전하려고 펜을 들었습니다.”
지난달 중순 대검에 한 통의 편지가 전달됐다. 인천시 남구 학익동에 사는 중학생 A(15)군의 어머니가 김준규 검찰총장 앞으로 보낸 감사편지였다. 볼펜으로 꼭꼭 눌러쓴 편지는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이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거리에서 방황하다 범죄까지 저질렀는데, 한 검사의 노력으로 마음을 잡고 다시 성실한 학생으로 돌아오게돼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A군은 지난해 9월 길가에 주차된 오토바이를 발견하자 호기심에 잠금장치를 부수고 훔치고 말았다. 하지만 곧 경찰에 붙들려 특수절도혐의로 인천지검에 송치됐다.
잦은 결석으로 수업일수조차 채우지 못한 채 범죄까지 저질러 비행의 길로 빠질 위기였던 A군은 검찰에서 뜻밖의 인연과 마주쳤다. 주임검사인 김진호(사진·사법연수원 36기, 현 서울동부지검 소속) 검사를 만난 것이다. 당시 인천지검에 근무하던 김 검사는 A군사건을 배당받고 조사에 나섰고, 조사과정에서 A군이 아직 10대다운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또 자신이 대학에 입학하던 96년에 태어난 A군이 친조카처럼 끌리기도 해 따스한 손길을 내밀기로 마음먹었다. 96학번 검사와 96년생 피의자의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이 시작된 것이다.
김 검사는 A군에 대해 기소유예처분을 내린 뒤 매일 면담을 시작했다. 수시로 전화도 하고, 방과후에는 A군을 만나 학교출석은 제대로 했는지, 그날 학교에서 배운 것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물론 처음부터 A군이 김 검사를 따랐던 것은 아니다. 학교에 갔다고 말했다가 담임선생님을 통해 결석을 확인한 김 검사에게 거짓말이 들통나 꾸중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김 검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후 4개월간 A군을 매일 만났다. 그러자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고 방황하던 A군도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이 같은 김 검사의 노력덕분에 A군은 현재 충실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A군의 어머니는 편지에서 “법이라는 것을 무섭고 냉정하다고만 생각했고, 죄를 지으면 무조건 처벌만 받는 줄 알았는데 커가는 청소년을 밝은 길로 인도하신 것에 대해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김 총장과 김 검사에게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다. |
이윤상 기자lee27@lawtime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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