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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영화 "한공주"

구미여성종합상담소 2014. 4. 28. 12:07

 

 영화 ‘한공주’의 공주
집단 성폭행 희생자에게 가혹한 사회..그래도 삶이란 살아남는 것
피해자가 가해자 같고, 가해자가 피해자 같은 집단 성폭행 사건
공주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세상을 살아간다 

▲ 어머니는 재혼으로 3년 동안 연락을 끊었고, 아버지는 무능력한 알콜중독자에 같은 일을 당한 친구는 세상을 버렸다. 그녀는 한강을 건너는, 한 많은, 한 사람의 ‘공주’다.

 

"전 잘못한 게 없는데요.”

한 소녀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나란히 앉아 소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과 눈길이 심상치 않다. 마치 거울상처럼. 서로를 바라보는 학부모들과 소녀 사이에는 활시위처럼 당겨진 긴장이 팽팽하다.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인 한공주와 가해자 소년들의 부모가 얼굴을 맞댄 자리. 피해자는 가해자 같고, 가해자는 피해자 같은 이 기묘한 광경 사이로, 소녀의 파란색 가방이 비춰진다.

영화 ‘한공주’ 속의 공주는 늘 여행 가방을 싸서 어디론가 떠날 채비를 하는 소녀다. 어머니는 재혼으로 3년 동안 연락을 끊었고, 아버지는 무능력한 알코올중독자에 같은 일을 당한 친구는 세상을 버렸다. 집안에 있는 살이 빠진 선풍기가 탁탁 소리를 내는데도 질겁한 얼굴이 되어버린 소녀. 그녀는 한강을 건너는, 한 많은, 한 사람의 ‘공주’다.


공주의 상처는 켜켜이 침잠해 있다. 사복으로 갈아입고 간 산부인과에 가서 성 경험이 있냐는 칸에 황급히 동그라미를 친다. PC방에서 게임을 하는 남학생들의 거친 목소리에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간다. 3년 만에 만난 어머니에게 ‘쟨 내 딸’이란 말을 내심 듣고 싶지만 끝끝내 거부당하자, 처음 본 새아버지의 입술을 물어뜯어버린다. 항상 창의 이쪽에서 창 너머의 세계를 바라만 보는 아이. 늘 우리 곁에 있지만 저 너머의 저 건너편에서 서성거리는 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는 온기가 있는 인간. 공주는 죽은 친구 화옥의 환영과 함께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살아간다.

이수진 감독은 성폭력보다는 극단적인 상황에 놓여 있지만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고 한다. 공주는 전학을 가고, 새 친구를 만나고, 자신을 도와주는 선생님 어머니 집에 얹혀 살고, 혼신의 힘을 다해 수영 연습을 한다.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른다. 목소리 하나, 얼굴 하나조차 카메라에 담기는 것을 극렬히 거부했지만, 진정으로 마음을 준 은희의 도움으로 마침내 오디션에 쓸 동영상도 찍는다. 노래가, 수영이 잠시 치유의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 온다.


그러나 아버지는 돈 몇 푼에 학부모들과 합의를 해주고 합의를 받지 못한 학부형들은 공주를 새로 전학온 교실까지 쫒아와 탄원서를 내민다. 하긴. 공주가 산부인과에 가서 분명 ‘여자 선생님이 있냐’고 물어봤었는데 남자 의사가 나왔었지. 소문이 퍼질 대로 퍼진 이곳에서 도저히 살수가 없어서 혼자서 타박타박 길을 떠나는 그녀. 공주에게 경찰서장이 쫒아와 지인의 탄원서를 내밀며 미안해한다고 전해달라는 말을 남긴다. 지독한 폭력의 희생자인 한 소녀에게 조그만 배려도, 수치감도 없는 이 사회에 그녀는 뒤돌아서서 이렇게 묻는다.


“사과를 받는데 전 왜 도망가야 해요?”


공주는 왔던 곳으로 다시 되돌아 간다. 언젠가 교장실에서 보았던 힘찬 돌고래처럼, 죽음의 충동을 이기고, 다시 한 번 생의 도약을 할 것이다. 왜냐면 그녀는 영화 첫머리에 이렇게 말했으니까. “조용히 머릿속으로 음계를 그리면, 눈앞에 모든 게 음표로 바뀌어. 그리고 노래가 시작돼. 숨소리, 발자국 소리, 바람 소리, 철 긁는 소음까지도 괜찮다… 괜찮다…” 하면서.


그렇게 낮은 목소리로 풀죽었던 공주가 제 또래의 아이들을 만나 목소리가, 얼굴이, 달라졌던 것을 기억한다. 영화 ‘한공주’를 보고 나니 내 마음속에도 공주가 가졌을 절망과 분노와 희망의 목소리가 함께 들끓는다. 이 세상의 상처들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며, 쉬운 것들은 결코 쉽지 않다. 철 긁는 소음 대신 나도 우리들의 공주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 본다. “공주야 미안해. 그리고 괜찮아. 삶이란 풀장에서 가장 위대한 기술인 살아남기에 도전한 너는 가장 멋진 수영 선수란다.” 

                                                                                                     - 자료출처 : 여성신문


출처 : 평화로운 세상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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