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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재소자 의료 관리 허술

구미여성종합상담소 2010. 3. 26. 13:33

여성 재소자 의료 관리 허술

“사망 20여 일 전부터 상태 심각”
‘꾀병’이라며 소극적 의료 조치
‘가폭’ 피해 여성 취약성에 무지
▲ 여자교도소를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 ‘하모니’의 한 장면. 지씨 사건으로 여성 재소자 관리가 논란이 되고 있다.
3월 10일 오전 청주여자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가정폭력 피해자 지모(54)씨가 폐색전증으로 사망했다. 혼자 식사를 하지 못할 만큼 쇠약했던 지씨는 동료 수감자의 도움으로 식사를 하던 중 호흡곤란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전 8시께 숨을 거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1차 부검 결과 지씨의 사인은 하지정맥류에 의한 폐색전증이었다.

유족에 따르면 “3월 5일 아침 면회 할 때 눈도 못 맞추는 상태로 딸을 알아보지 못했고, 침을 흘리며 의사소통이 안 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손톱마다 반창고를 붙여놓고 양손에는 양말을 씌워놨었다”고 사망 전 지씨의 상태를 설명했다. 이어 “그렇게 상태가 심각한데도 검진 결과가 정상이라는 이유로 고인을 동료 재소자 2명에게 보살피게 했다”며 교도소 측의 재소자 관리를 비난했다. 또한 “고인이 본래 치아가 몇 개 없어서 평소에도 식사 시간이 40∼50분이 걸린다. 그런데 함께 있었던 재소자들은 고인의 식사 시간이 20분 정도였다고 말했다. 시신의 눈에 멍이 든 것이나, 기저귀를 채운 점 등 의문나는 게 많다”고 말했다.

사건을 지원했던 천안 여성의전화 관계자는 “2월 22일 청주교도소에서 지씨를 처음 면회했을 때 지씨가 교도관의 부축을 받아 면회장에 나왔지만 10분 이상 이야기를 나눌 수 없을 정도로 몸 상태가 나빠 보였다. 게다가 지씨는 잘 먹지 못했다며 어지러움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지씨를 접견했던 가족과 천안 여전은 교도소 측에 긴급한 조치를 요구했으나 교도소 측은 건강검진 결과 ‘정상’으로 나왔으며 정신과 진료 결과 ‘꾀병’이라는 소견이 있었다며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교도소 측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으로 전해져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12일 규탄 성명을 통해 “수감자가 고통을 호소하여 진료한 후에 ‘꾀병’이라는 진단을 내린 의사와 이 판단만을 받아들여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청주교도소는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한국여전은 대한변협 인권위(위원장 이명숙)에 진상조사를 위한 진정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간질과 만성두통에 시달렸던 지씨는 국민참여재판을 받기 위해 2월 10일 충주구치소에서 청주여자교도소로 옮겨진 뒤 급속히 건강이 나빠졌다. 3월 5일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했던 지씨는 국민참여재판이 불가능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 바로 교도소로 돌려보내졌다.

한국여전 홍미리 활동가는 이에 대해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에 대해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가폭 피해 여성들이 앓고 있는 외상 후 스트레스로 인한 심신미약 등에 대해 특별한 보살핌이 필요한데 이러한 개념이 전무하다 보니 꾀병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면서 가폭 피해 여성에 대한 적극적이고도 전문적인 관리를 촉구했다.

지씨는 지난 1월 10일 새벽 3시께 충북 단양군 자택에서 남편(68)을 둔기로 때려 살해한 혐의로 청주여자교도소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씨는 35년간 남편의 폭력에 시달려온 가정폭력 피해자로 당시 경찰 조사에서 “평소 남편이 의처증 증세를 보이며 나를 수년째 모욕했으며 오늘 새벽에 갑자기 나를 깨워 욕을 하며 밖에서 흉기를 갖고 들어오기에 겁이 나 부엌에서 손에 잡히는 것을 들고 왔다가 우발적으로 죄를 짓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1074호 [사회] (2010-03-19)
김수희 / 여성신문 기자 (ksh@wome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