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피해 입증 못하면 성폭력 가해자 처벌할 수 없다?


지 난 6월 25일 대전지방·고등법원 앞에서 전국 성폭력 피해자 지원 단체 187개 기관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법원이 지적장애인 성폭력 판결에 있어 성폭력 피해 자체가 존재했을 개연성을 인정하면서도 가해자의 방어권 행사의 주된 대상인 범행 일시, 장소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해자에게 무죄 또는 일부 감형된 판결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이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지적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피해자 진술을 분석한 전문가들도 피해자의 진술을 신뢰할 수 있다고 인정하고 있음에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니 재판부는 지적장애인의 특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영화 도가니 상영 후 한때 우리 사회도 ‘장애인의 성폭력’ 문제에 관심을 갖는 듯 보였다. 성폭력 관련 법률이 개정되어 가해자 처벌 형량이 높아지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진술조력인제도가 시행되는 등 다양한 정책과 제도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물론 성폭력 가해자 형량이 높아진 것은 환영받을 일이다. 그러나 높아진 형량으로 인해 오히려 피해자의 입증 책임이 강화되어 성폭력 피해자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즉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법에서조차 지적장애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채 비장애인과 동일한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을 요구받고 특정 장소와 일시를 정확하게 진술하도록 요구받는다면 지적장애인 성폭력 가해자 처벌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는 지적장애인 성폭력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사회적 인식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라 볼 수 있다.
가해자의 방어권 보장이 사회적 약자인 지적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 보장보다 더 중요한 일인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특히 지적장애인 성폭력 무죄 판결이 미칠 영향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가해자에 대한 무죄 판결 후 지적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의 삶은 어떨까? 성폭력으로 인한 고통이나 상처도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죄 판결까지 받게 되면 가해자는 피해자를 상대로 민사 소송이나 무고죄로 고소를 할 수 있고, 지역사회에서는 거짓말을 하여 무고한 사람을 가해자로 몰아간 아주 나쁜(?) 사람이 되어 고립될 수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는 또 다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지적장애인은 지적장애로 인해 성폭력 개념 인지가 부족하고 상황 판단력 역시 부족하다. 특히 기억력에 한계가 있으며 숫자 개념이 부족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성폭력 사건 발생 후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 주변 사람들에 의해 피해 사실이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지적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일한 기준의 범죄구성 요건에 맞게 논리적으로 진술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지적장애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채 수사나 재판이 이뤄진다면 성폭력 피해 지적장애인의 인권 보장은 이루어질 수 없다. 지적장애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지적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이 공정한 재판을 위한 시작이다.
지적장애인 성폭력은 인권문제이고 사회문제다.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모든 장애인의 성적권리는 존중돼야 하고, 성적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지적장애인은 ‘지적장애’와 ‘장애인’이라는 이중적 차별로 인해 교육, 고용, 결혼, 임신, 출산 등 삶의 전반적인 분야에서 비장애인에 비해, 타 장애인에 비해 더 많은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또한 2013년 전국 장애인성폭력상담소 상담통계에서도 지적장애인 성폭력 피해가 73.3%로 나타나 성폭력으로 인한 인권침해 역시 가장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지적장애인에 대한 이해 부족과 성폭력에 대한 인식 부족이 얼마나 많은 성폭력 피해 지적장애인을 고통 속으로 밀어넣고 가해자에게는 또 다른 가해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지를 우리 모두 깨달아야 한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성폭력 피해 지적장애인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지적장애인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지금부터 주위에 있는 지적장애인을 차별하지 않고 같이 성장해가야 하는 이웃으로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 자료출처 :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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